「 밥보다 일기 」
엄마야 커피 받침으로 몇번 썼더니 표지가 ..
죄송해요 서민 교수님 ... 또르르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고민도 없이 집어든 책이다.
작가님(서민 교수님)이 쓰신 '서민독서', '서민적 글쓰기'를 워낙에 재미있게 읽었었고, 작가님의 이름이 넘나 특이해서 뇌리에 박혀있던 탓에 작가 이름을 보자마자 일말의 고민도 없이 데려왔다.
"남들로부터 쓰레기 취급을 받은 마태우스 라는 책이 어릴 적에 일기를 쓰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은 뒤 이런 비극이 더 이상 없으려면 모든 사람이 일기를 써야 한다고 생각해 '일기를 쓰라'는 이 책을 내게 됐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을 관통하고 있는 엄청난 정서(?)이자 책이 쓰여진 목적이다. 실제로 난 이 책을 펼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기가 쓰고 싶어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단언컨대 그 어떤 글쓰기 책보다 동기부여의 효과가 클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당장 노트와 펜을 챙겨 책상에 앉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책을 계속 읽어나갔다.
+ 작가님, 여섯마리의 개들이 뛰어노는 집 어떻게 되었나요?
글쓰기 연습을 한다고 하면 대게 글쓰기 책을 삽니다. 그 책을 읽으면 글을 잘 쓸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합니다만 막상 써보면 그게 착각이었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글은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써야 늡니다.
영어공부든 글쓰기든 운동이든 그게 뭐든간에 매일 꾸준히 하는 사람을 누가 이길 수 있으랴. 매일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사람 없고, 매일 할 수 있는 꾸준함을 갖추는 게 초인적인 힘을 필요로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 또한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기'의 정의 속에는 '매일' 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 오늘은 영어 공부 조금만 쉬자 내일 두배로 하면 되지! 라고 생각하긴 쉽지만, 일기는 그래도 매일 써야지 하는 생각이 저변으로 깔려있으니까.
제일 만만하게 도전할 수 있는 에브리데이 아이템이야 말로 일기이고, 그 효과는 어떤 무엇보다도 크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니 일기라는 건 정말 가성비 좋은 자기계발이 아닐까? 누구나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자기 계발의 끝판왕이 바로 일기라는 것이다.
그 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날 저질렀던 실수에 대해서는 진지한 반성으로 이끌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노력하게 해줍니다.
슬픈 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기 객관화로 걸려진 슬픔은 그날 느꼈던 것보다 훨씬 견디기 쉬운 것이 됩니다.
크게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번쨰 파트는 일기를 왜 써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해 주고, 두번째 파트에서는 어떻게 써야 할지에 대한 방법과 다양한 예시, 마지막은 일기를 쓰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과 더욱 잘 쓰기 위한 고급 꿀팁들을 설명하고 있다. 각 파트별로 일기의 예시가 굉장히 많다.
"야, 준홍아. 할아버지가 부탁 하나만 하자. 너 오늘부터 매일 일기 써라. 한달 동안 다 쓰면 할아버지가 용돈 줄게."
나도 우리 애기한테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거다!
자소서를 쓰며 눈물 훔치고 회사에서는 보고서를 쓰느라 끙끙댔던 과거들, 매일 일기를 썼었더라면 겪지 않았을 아픈 과거들을 겪지 않게 하고 싶다. 그게 마음대로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하핳
언젠가는 우리 후회하리 어디서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언젠가는 우리 후회하리 남은 추억 하나도 없다고
특히 '일기 없는 대가'라는 부분을 읽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남는 건 사진이다!!!' 외치며 관광지에서 해외에서 분 단위로 찍어댄 대량의 사진들은 지금 어디에 넣어두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노트 귀퉁이에, 빈 페이지가 더 많은 다이어리 앞쪽에 성의없이 빼뚤하게 적어놓은 짧은 일기들을 읽어보면 그 앞뒤 상황, 문맥, 심지어 냄새까지 기억날 정도로 당시의 추억이 리마인드 된다. 직접 겪고 나니 흩어져버린 기억의 파편들이 너무 아쉽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부러워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말고, 매일 조금씩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사소한 일상의 한 부분을 찾은 뒤 그걸 특별하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하루 세 끼는 안먹더라도 오늘 일기는 꼭 씁니다.
작년부터였나, 책을 읽고 독서노트를 적어도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에 시달리다가 내린 결론이 있다. 그 장르가 무엇이든간에 책 한권을 읽으면 거기서 배운 시선이나 교훈 등을 딱 하나씩만이라도 실천하자는 것이였다.
노트를 마련하고 시간을 내서 일기를 써보자!
순간순간 휘발되는 시간의 환영을 붙잡기에는 종이 위에 문자로 새겨두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그러니 기록하라. 매일 단 한 줄씩이라도.
'은하수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밥장, 몰스킨에 쓰고 그리다 / 비싼 몰스킨 사놓고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을 때 읽어보세요 / 내가 몰스킨을 쓰는 방법 (1) | 2022.01.21 |
---|---|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정여울 (0) | 2022.01.19 |
사물에게 배웁니다 / 오늘이 좋아지는 마법 / 임진아 (1) | 2022.01.17 |
댓글